제 2의 수학여행, 동유럽 / 이애연
첫째 날
초롱회 친구들이 동유럽 여행길에 올랐다. 11시간의 비행 후에 독일 프랑크프프트 공항에 도착해서 뉘른베르크 지역의 파크호텔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실망스러울 것이라는 사전 정보와는 달리 호텔 룸도 넓고 깨끗해서 만족스러웠다.
둘째 날
체코의 수도인 프라하로 이동해서 까를교, 천문시계, 틴 교회, 왕궁전경, 바즐라프 광장 등을 관광했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 유산인 거대한 성채 체스키 크롬로프성과 시청사를 둘러보고, 언덕 위에 위치한 예쁜 노천카페에서 시원한 맥주로 무더위와 갈증을 풀면서 유럽의 낭만을 피부로 느끼기도 했다.
체코는 백야 중이어서 밤9시가 넘었는데도 아름다운 하늘이 터키블루처럼 매혹적인 빛을 내고 있다. 좌우대칭형의 틴 교회 탑 사이로 보이는 하늘빛은 너무나 도도해서, 자체 발광하는 보석 같다. 볼타강이 유유히 흐르는 까를교에서의 야경도 환상적이다. 한 여름 밤의 꿈결인 듯 몽롱할 정도로 아름다운 백야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우리는 한 방에서 뭉쳤다. 안마시면 후회한다는 특별한 맛! 체코의 맥주를 한 잔씩 마시면서, 일탈의 해방감과 홀가분함을 마음껏 즐겼다. 잔 부딪치는 소리가 체코의 하늘높이 솟아올라 터키블루의 밤하늘에 별처럼 박혔다.
셋째 날
음악의 도시 오스트리아의 비엔나에 도착한 것은 그 다음날이다. 모짜르트의 생가를 방문 한 후에. 모짜르트가 커피를 즐겨 마셨다던 단골 커피숍에서 아이리쉬 커피도 우아하게 마셨다. 우리는 언제나처럼 버스의 맨 뒷자리에 모여 앉아서, 여고시절의 수학여행 때처럼 과자도 먹고 아줌마 특유의 수다와 박장대소로 버스 안을 시끄럽게 만들곤 했지만 귀여운 아줌마들로 봐줘서, 젊은 일행들 모두가 호감을 보이고 여고동창끼리의 여행을 부러워하기도 했다.
넷째 날
일곱 명 모두가 보라색 티셔츠와 흰바지를 입었다. 여고시절 교복을 입고 여행을 떠났던 추억을 되새기면서 단체복을 입어보기로 한 것이다. 경자의 아이디어는 대박이다.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상큼하게 어울려서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같은 버스에 다섯 쌍의 신혼커플이 있었는데 우리 단체복이 예쁘다면서 함께 사진 찍기를 원했다. 졸지에 신혼커플들과 차례대로 사진을 찍는 단체모델까지 되었다. 그때 일행 중 누군가 말했다.
“왕년의 그 유명한 칠 공주들이 아니냐?”
“한때 다리 좀 떨고, 침 좀 뱉었죠!”
경자가 맞받아치면서 한쪽 다리를 떨어 보이는 바람에 일행 모두가 폭소를 터뜨렸다.
슈테판 성당안의 크리스탈 스테인 글라스는 정말로 아름다웠다. 햇살이 칼라 크리스탈 창을 통과하면서 만들어내는 영롱한 빛의 굴절은 신비롭고 영혼을 빨아들일 듯 마력적이다.
화랑으로 사용하는 벨베데레 궁전은 유명작가들의 그림과 조각품이 전시되고 있었는데, 세계적인 화가 클림트의 작품인 <키스>가 숨 막히는 감동을 주어서, 눈길을 뗄 수가 없었다. 그림 가격이 이천억 원이 훨씬 넘는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알프스산맥 중턱의 그림 같은 산장에서 하루 밤 묵었다. 백야의 파란 하늘을 가르는 알프스산맥의 스카이라인은 너무나 신비롭고 환상적이어서 가슴 벅찬 감동이었다. 산마을 야외 음악당에서 펼쳐지는 뮤지션들의 낭만적인 연주가 늦은 밤까지도 우리를 잠 못 들게 했다. 깊은 밤이지만 여전히 파르스름한 백야를 느릿느릿한 산책으로 즐기느라 잠을 설쳤다.
다섯째 날
아침햇살을 받으며 짤쯔카머굿의 절경인 호수 가를 관광했다. 호수 주변의 예쁜 집들은 어린 시절 동화책에서 보았던 그림들과 똑같다. 유람선을 타고 호수를 한 바퀴 돌면서 호수주변의 절경에 탄성을 질렀다. 호수 뒤편에 솟아있는 해발 1500m의 알프스 산맥의 고지는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갔는데 발아래로 펼쳐진 넓은 호수와 소나무 숲의 풍경이 장관이다.
중세의 보석이라 불리는 로덴부르크로 이동해서, 도심 속의 상점들을 돌아보았다. 건물 벽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간판들과는 차원이 다른 예술성까지 가미된 아름다운 간판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심플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의 간판들은 하늘을 배경으로 걸려있는 조각 예술작품을 보는 것 같았다.
여섯째 날
프랑크프르트 공항에서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하자 모두들 여행의 피로감에 깊은 잠속으로 빠져들었다. 눈을 떠보니 잠시 후에 인천공항에 도착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앞으로 얼마 동안은 알프스 산자락과 짤쯔카머굿의 호수마을에 만들어놓은 아름다운 추억들을 되새김질 하면서 행복해 할 것이다.
여고 졸업 후 37년 만에 떠난 동유럽 수학여행은 소중하고 뜻 깊은 시간들이었다. 눈가에 잔주름이 잡히고, 귀밑 머리카락이 희끗 희끗한 반백의 친구들은 허리에 군살이 붙어서 ‘O 라인의 체형’ 이 되었지만, 마음만큼은 열일곱 살 ‘S 라인’의 소녀시대와 다름이 없었다. 6박7일 간의 하루하루는 잠자기도 아까울 만큼 애틋한 시간들이었다. 즐겁고 행복했던 시간들이 꿈결처럼 흘러갔다. 볼품없는 고치를 뚫고 나와서 환골탈태하는 호랑나비의 눈부신 비상처럼, ‘제2의 수학여행’은 아름답고 화려한 외출이었다.